Jan Svankmajer-jabberwocky(1971)
어린시절 녹화해 둔 홈비디오를 대학생이 갓 되어 다시 틀어본 기억이 있다.
보고 있자니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어두운 구석 한켠에서 떠오르는 추억도 있다. 어린마음에 온갖 괴상한
상상을 했던 흔적이 남아있는 스케치 북도 옷장속에 보관되어 있었다.
jabberwocky(1971) 를 보면서, Jan Svankmajer는 아마도 이런 느낌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을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jabberwocky라는 시가 있는데, 버려진 인형이 되살아나
돌아다닌다는 내용이다. 그것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소꿉놀이 인형과 장난감병정들이 예전의 기억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 속에는 작가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소소한 기억과 단편적인
이미지들이 존재한다. 숙제공책을 찟어 종이비행기와 배를 접었던
기억이나, 작은 조각칼에 손을 베어본 일은 나도 경험해 본 것이다.
결코 평범한 작품이 아니지만, 사실은 누구나 가졌을 법한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다. 본디jabberwocky라는 단어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말처럼 뒤죽박죽으로
보이기도 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딱히 전개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기억의 조각들이 스쳐가는 느낌을 잘 묘사 해낸다.
옷장속의 옷이 Svankmajer의 추억이 담긴 매개체로 나타나는 것이라면,
검은 고양이는 드문드문 떠오르는 공포스러운 기억들,
괴기스런 상상의 형상화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성장과 동시에 추억도 봉인되어 머릿속의 기억으로 자리잡는다.
Jan Svankmajer의 작품들에서는 거의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볼 때마다
그 독특한 오브제의 기괴한 매력이 느껴진다. 단순히 외형적인 면만을 떠나서
낡은 가구, 칙칙하고 어지러운 목재바닥, 때가 낀 얼룩무늬 벽지, 기이한 문양과
환상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무대세팅에서 느껴지는 색감이나 분위기 또한 그
독특하고 환각적인 느낌을 만들어 내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특별히 복잡한 내러티브나 연출없이도 작품의 뉘앙스를 잘 포착 해 낸다는
점에서 표현방식 또한 매우 효율적으로 보인다. 무생물이기에 살아움직임이
오히려 더욱 기괴스러운 오브제들의 무대는 자장가처럼 들리기도 하는
기묘한 음악과 어우러져 꿈인지 현실인지, Svankmajer의 훌륭하게 이미지화된
미장센들로 채워지고,공포스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추억속으로 떠나는
여행의 분위기를 가진다. 움직이는 미술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미지적인 구성이나 재현이 기발하면서도 꼼꼼하게 채워져 있다.
낡은 사진첩을 넘기면서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에 대한 시각적 구성이
작품 전반을 암시하는 어떤 주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8년 11월 2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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