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도르 히트룩
영상과 200415400 이홍규
1962년생인 히트룩은 ‘어느 범죄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평면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앵글 연출은 ‘유리 놀슈테인’과는 또 다른 독특함을 선보였고, 당시로선 획기적이었을 팝아트적 색감의 사용과 콜라주 형태의 군중 표현은 그의 이름 뒤에 붙은 수많은 찬사의 수식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자연스러운 줌인이 아닌, 과감하고 절도 있게 사용되는 클로즈업은 소비에트 당시의 권위와 탄압의 상징이었던 경찰을 표현해내기에 충분했고, 화면사용도 컷 형식으로 독특하게 레이아웃을 구성함으로서 캐릭터가 마치 컷을 넘나드는 것과 같은 재미있는 구성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액자식 구성의 연출을 통해 주인공 남자는 작품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관객과 함께 다른 사건에 대한 관객이 되기도 해서 실제로 그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묘한 동질감과 교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러한 작은 장치와 요소들은 그 작품이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내는데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러시아 특유의 캐릭터 디자인을 통해 그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해내기도 했다.
이 ‘어느 범죄의 이야기’는 ‘바실리 바실리예비치’라는 주인공을 통해 소비에트의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주인공은 사회주의라는 거대한 집단속에서의 고독한 소시민이다. 낮에 보이는 그의 일상은 아주 보편적이고 평범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지루하게 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밤이 되면서부터 수많은 악재들이 그에게 닥쳐오게 되고, 그 원인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의 이웃들이다.
평범한 소시민을 극악무도한 살인마로 변하게 만든 것은 절대 어떤 특정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주위에 있는 수많은 이웃들은 평소에는 온화한 얼굴로 태연자약한척 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소음에 대해 항의를 하고 거부의사를 표할 때마다 집단적으로 그를 배척하고 무시 한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주의 체제 안에서 구성원들의 인식에 대한 문제점을 주인공과 기타 인물들을 통해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 같았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어린이들의 즐거움거리에만 국한되었던 애니메이션의 한계점을 뛰어넘게 하였고, 사회적으로 애니메이션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하나의 매체라는 것을 증명해내기도 하였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액자 속의 사나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액자로써 그 캐릭터의 지위나 성향, 성격을 표현한다는 발상 자체도 재미있지만, 그것을 통해 사회적 체제의 문제점과 그로인한 권위, 물질 만능주의에 일침을 가하고자 했다는 것이 느껴져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각 직위별로 액자 디자인이나 액자 속 사람의 옷차림, 표정 등이 다르게 표현되었는데, 지위가 높아져서 액자가 점점 화려해질수록, 캐릭터의 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행동마저도 비열하고 이기적으로 변해갔다.
이 작품을 통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회주의 관료제에 대한 비판이다. 하지만 표도르 히트룩의 작품에서는 항상 사회적 문제의 비판 이외에도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도 느껴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항상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내면의 욕망에 대해서도 고민해왔고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애니메이션을 단순히 애니메이션에만 그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큰 이상과 꿈으로 갈망하고, 작품을 통해 성취해왔던 그의 모습이 존경스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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