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해 보이는 피사체 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기괴한 행동을 하고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무섭다는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장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말 아무렇지 않다.
이러한 상황이 당연하다는 것 처럼 덤덤하기 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얀 슈반크 마이어의 작품은 꿈과 닮아있는 것 같다.
꿈 속에서는 그 어떤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연출 되어도 그것이 당연한 일이고, 별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나중에 깨어나 꿈을 다시 돌이켜 보면 무서워 진다.
왜 꿈은 무의식의 표출이라고들 흔히 말하지 않는가?
그럼 나의 무의식에는 어떤 인식이 바탕으로 깔려 있길래 꿈 속에서 그런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 들인 것인지 생각하다 보면 스스로가 징그럽게 느껴진다.
나의 일부임에도 불구하고 내 스스로가 혐오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다른 사람들에게 감추려 하고 부정하려 하지만 얀 슈반크 마이어의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을 적나라하게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보면 흔히들 듣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작품에선 자신이 드러나게 된다고.
나 또한 이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때로는 내 그림으로 내가 벌거벗겨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림을 그린다.'라는 행동 자체에 현기증을 느낄 때도 적지 않다.
때로는 일부러 내 자신을 숨기는 그림을 그려보려고 하기도 한다.
보통은 실패로 끝나지만 아닌척 하는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감추고 죄인을 만드는 것 같은데 이 사람은 정말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다.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했다는 점이 한없이 대단해 보이고, 동시에 얄미워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얀 슈반크 마이어의 작품을 볼 때면 이유 모를 불쾌함이 드는 것 같다.
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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