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없이 아름답고 거창한 수식어로 포장된 히어로물에 반해 <심슨>은 특유의 담백하고 깔끔한 유머와 풍자, 해학을 갖춘 미국의 장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물이다. 중산층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많아 보이는 심슨네 가족들이 스프링필드라는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좌충우돌하며 사는 다분히 미국적 소재의 애니메이션이지만, 다양한 사건과 웃음, 늘 계몽적이지만은 않은 결론은 내가 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TV시리즈 <심슨>이 극장판 <심슨가족, 더 무비>로 거듭 날 때의 가장 큰 특징은 TV에서 늘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을 극장에 와서까지 보는 고마운 관객을 위한 스펙타클, 즉 다양한 눈요기 꺼리다. 극장판 특유의 좀 더 화려하고 스케일이 커진 장면들을 곳곳에 배치해 색다른 눈요기감을 제공하지만 심슨 시리즈의 특징은 적절한 패러디와 미국식 유머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TV판 <심슨>을 보고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20여분의 에피소드를 네 배나 긴 러닝타임의 극장용으로 만들면서 구성자체가 달라진다는 것과는 뭔가 다른 문제였다.
극장판의 이야기 구성 역시 TV판과 기본적인 틀에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이 친 사고로 인해 더 바보같이 행동하는 스프링필드 주민들의 행태가 던져주는 미국 사회에 대한 모종의 통렬한 풍자의 전달. 그러나 극장판에서는 호머를 바보로 만들지만 바보로 보이지 않게끔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상실된 느낌이었다. 물론 심슨 가족이 마을로 돌아온 뒤에 보여 지는 마을의 풍경은 얼추 TV판의 풍자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존에 보여주었던 그대로의 복제일 뿐, 환경문제나 공동체에 대한 문제, 혹은 미국 사회의 모순적인 풍경에 있어서 피상적인 모습을 주마간산처럼 보여주며 길어진 러닝타임만큼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심슨가족, 더 무비>만의 시종일관 유쾌한 구성과 유머는 TV판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미국사회에 대한 약간의 내공과 이슈성 다큐를 섭렵했다면 더욱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무리 없이 즐기기에 나쁘지 않았다. 20세기 폭스사 제작의 미국 애니메이션이니 만큼 <심슨>의 유머는 제도권 안에서의 놀음이었지만 여러 가지로 tv판과는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던 극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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